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주변국에 피해를 입힌 것만으로 충분-방사성물질 해양 방출로 주변국에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

작성자: wawayang - 2020.02.17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산하 다핵종 제거설비 등 처리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는 지난 210일 후쿠시마 제 1원전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보고서를 경제산업성에 제출했다. 131일 소위원회 회의에서 제출된 보고서 초안에는 증발시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방법보다 희석시켜서 바다로 방출하는 방법이 보다 확실한 방법이라고 적시되어 있는데 소위원회는 이를 인정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9년째가 되어가지만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은 아직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 덩어리(Nuclear Fuel Debris)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강력한 방사선과 열을 내뿜고 있는 핵연료 덩어리에 냉각수를 계속 공급해서 식혀야 하는데, 핵연료를 담고 있어야 할 원자로는 망가져서 밑이 빠지고 냉각계통의 배관은 깨어져서 냉각수가 새어나가다 보니 외부에서 유입된 지하수까지 더해져서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방수층을 깔고 우물을 파는 등 지하수의 유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일 150~170톤의 방사능오염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비나 태풍이 오는 경우 그 방사능 오염수량은 대폭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임시로 마련한 저장탱크에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 약 120만톤이 보관되어 있다. 저장탱크 확보 용량은 137만톤까지로 못 박고 있다보니 현 오염수저장탱크에 저장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여름까지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일본이 회복되어 부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2045년까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들을 폐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 덩어리를 회수해야 하고 방사능 오염수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가장 빨리, 가장 저렴하게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는 해양방출을 감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바다와 대기는 국경이 없다. 방사능 오염수를 증발시켜 대기 중으로 보내 건, 희석시켜 바다로 방출하건 주변 국가에 방사성물질을 오염을 확산시키는 방법이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바다로 방출되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방사능농도가 잠시나마 높아졌고 일부 남쪽지방에는 방사능 비가 검출되기도 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원전사고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이미 일본 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비용은 다소 들더라도(해양 방출의 10배 비용) 대기와 바다로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방법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10만톤 가량의 대형 저장탱크에 최소 123년동안 보관하는 방법이다. 삼중수소의 반감기인 12.3년의 10배의 기간동안 저장하게되면 대부분의 삼중수소가 붕괴되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석유와 액화가스 등을 보관하는 대형 저장탱크 제조와 보관기술을 개발되어 있다. 문제는 저장부지인데, 후쿠시마 7, 8호기 신규건설을 위해 확보해 둔 부지, 제염토를 중간보관하기 위해 확보한 부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은 다른 시설이나 지자체 인허가의 어려움 등을 핑계대고 있다.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방사능이 약한 삼중수소가 대부분이라서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문제다. 삼중수소는 방사능이 약하지만 물과 유기물의 기본구성성분으로 체내의 수소와 대체되기 쉬워 지속적인 방사선 체내피폭의 위험이 있다. 더구나 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준치보다 높은 수준의 방사성물질로 오염되어 있는 방사능 오염수이다. 2019년말 기준 72%의 처리수가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로 오염되어 있는데 최대 기준치의 2만배이상이며 삼중수소 외에도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해양방출 시에는 이 처리수를 다시 다시 처리한다고 해도 완벽히 제거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일본의 원전 안전보안규정에 따르면 연간 방출할 수 있는 방사성물질량은 연간 22조베크렐이다. 현재 방사능오염수는 1천조 베크렐을 넘는다. 반감기로 줄어드는 방사성물질양과 추가되는 방사성물질량을 감안하면 바다로 방출한다고 해도 50년 이상 걸리는 셈이다.

 

원전사고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였지만 일어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기술 오만에 빠진 인류에게 다시 한번 원전의 근본적인 위험을 경고한 사건이다. 원전사고는 사후처리가 더 어렵다. 피난민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와 일자리를 제공해야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암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봐야 하며 오염된 땅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고 사고 원전을 안전하게 폐로하면서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용이나 이미지를 핑계로 주변국과 후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원전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성물질만으로도 주변국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 정부는 바다와 대기를 공유하는 한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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