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논평] 원전효과로 탄소배출 감소?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원전은 틀린 답

작성자: admin - 2024.04.09
사)에너지전환포럼 보도자료 “사람‧환경‧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2024년 04월 09일 (화요일)즉시 보도가능합니다
배포 2024년 04월 09일 (화요일)
문의
석광훈 전문위원 [email protected]
황수민 연구원 [email protected]

원전효과로 탄소배출 감소?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원전은 틀린 답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와 환경부는 지난 7일, 원전 발전량 증가로 인해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라 에너지전환포럼은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긴급논평을 발표한다.

지난해 국내 원전은 총 180.5 테라와트아워(TWh)를 발전해 전년도 대비 4.4테라와트아워(TWh)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도 3.5TWh 증가했다는 사실은 발표하지 않았다. 탄녹위 주장의 가장 큰 맹점은 한 해 동안 국내 총 발전량이 6.2TWh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총 발전량이 무려 6.1TWh(원전 1기 발전량)나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구제금융위기(IMF) 이후 25년만에 추월당할 정도로 경제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4%였던데 반해 일본은 1.9%였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원전과 유사한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와, 원전 발전량 증가분 보다 큰 폭의 총 발전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원전의 효과 덕분이라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지난 4일, 로이터 등 외신은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발표를 인용해 2023년 유럽연합이 탄소배출량을 전년대비 15.5% 감축(전환부문은 24% 감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유럽이 2005년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한 이래 최대 감축량이다. 지난해 독일이 3기의 원전을 폐쇄하고, 벨기에가 그 전년도에 2기의 원전을 폐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반대로 원전이 감소했는데 탄소배출량이 감소한 셈이다. 즉, 원전이 탄소중립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집행이사회는 지난해 유럽의 재생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며 탄소배출량 감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했다. 실제로 유럽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력공급비중은 2022년 약 24%에서 약 30%로 크게 증가했다.

더 나아가 <매일경제> 등 일부 언론은 원자력계 인사의 발언을 인용하여,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원전은 전력망 안정을 위해 반드시 다수의 가스, 석탄 발전기 동시가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추진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 유럽 대륙의 원전은 교류송전망으로 다수의 전력계통이 상호 연계되어 비상시 실시간으로 전력융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계통 운영상 부담이 적다. 그러나 국내처럼 고립된 전력계통에서 원전가동 중 불시정지는 과거와 달리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가스·석탄 발전기의 가동률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전력망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원전은 안전규제로 인해 가스발전처럼 실시간 자동출력제어가 불가능하고, 큰 설비용량으로 인해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과거 원전은 연료비가 저렴해 연중 일정한 출력으로 운전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원전가동 중 불시정지가 발생(연간 약 5건)하더라도 충분한 수의 가스·석탄 발전기들이 실시간으로 전력수급 균형을 회복해주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성장으로 연료비가 비싼 가스·석탄 발전기의 가동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특히 전력수요가 낮은 봄, 가을에 가스·석탄 발전기의 가동률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그 결과, 원전 불시정지가 발생할 경우 전력계통 주파수하락을 억제할 관성과, 수급균형을 회복할 예비력이 부족해지게 되었다. 이에 대처해 한국전력거래소 등 고립전력계통의 운영기관들은 관성과 예비력이 낮을 때 대형전원의 불시정지 사태를 최대전원 상실사고(largest infeed loss 또는 largest contingency)로 상정하고, 정전예방을 위해 이들에 대한 사전 출력감축 또는 가동정지 조치를 취한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0일, 봄철 맞아 72일 동안 원전출력 감발을 실시할 것이며, 예방정비 일정조정을 통해 4기 원전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혁명으로 국내외 원전 좌초자산화 단계 진입

미국에서는 지난 2010년 불과 2.3%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의 전력공급비중이 지난 2023년 15.7%까지 급성장하며 가스발전과 함께 도매전기요금을 저감시켜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이후 가격경쟁에서 밀린 원전들이 잔여수명을 남겨두고도 무려 12기나 조기폐쇄 된 바 있다(표 4 참고). 유럽연합 역시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력공급비중이 약 30%에 도달한 이후, 도매전기요금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친원전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조차 재생에너지 비중이 15%를 넘어서며 이번 봄부터 본격적인 도매요금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올해 4월 들어서 1주일 내내 낮시간대 태양광 증가로 도매전기요금이 0유로/MWh에 육박해 원전의 출력감발과 가동중단이 속출하는 상황이다(그림 2 참고).

<RE100>이 국제표준으로 확립되었고, 고립된 전력계통에서 대규모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할 수 없다면 논리적 귀결점은 한가지 밖에 없다. 2030년에 다가갈수록 국내 신규원전들은 막대한 건설투자비를 회수하지도 못한 채 조기폐쇄 될 운명이다. 문제는 막대한 건설비가 투입된 건설 중 원전의 좌초자산 처리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다. 독점 공기업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투자했기 때문에, 결국 모든 비용이 전력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원전 좌초자산화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정부여당의 신규원전 건설계획 중단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