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 윤순진·임성진·박진희 | 성 명 서 | "사람 · 환경 · 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
신규원전 결정은 백년지대계, 충분한 공론화는 필수 부실한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성급하게 신규 원전 결정해선 안 돼 |
즉시 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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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 | 2026년 1월 21일 (수) |
❏ 원전 경직성 문제에 대한 이해도 대책도 없었던 토론회
지난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주최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전원구성)> 제2차토론회는 원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강구해야 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부실하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책 발표와 원자력계 패널들의 ‘탈원전 성토대회’로 끝났다.
발표자로 나선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장은 연구개발을 통해 2027년부터 국내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를 현재 연간 20회(18개월간 27회)에서 60회(18개월간 100회)로 늘리고 출력감축률을 현재 20%에서 3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2년 말에서 2036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원전들에 대해 ‘탄력운전’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의 연구개발 계획 발표는 재생에너지가 성장하는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 경직성의 본질적 문제와 국내 원전의 탄력운전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막연히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발표를 마쳤다. 다만 당장 올해부터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데 내년부터 출력감발을 늘리겠다거나, 2032년부터 1기씩 탄력운전을 적용하겠다는 답변은 실제 미래가 어떻게 되든 올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원전 건설을 확정시키고 보자는 의도가 역력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전력계통 전문가인 홍익대 전영환 교수는 기후부가 재생에너지 100GW를 계획한 마당에 전력망에서 원전이 안전문제로 실시간 출력제어에 필요한 자동제어, 원격제어가 불가능하기에 더 이상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향후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의 정상적 가동이 어렵고 원전의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핵규제위원회(US NRC)는 원전의 자동제어, 원격제어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1998년 인증받은 설계(System80+)를 복사해 건설해온 국내 APR1400 원전도 이 규제를 따라야 한다. 지난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도 원전의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수원의 발표내용은 연구개발 과제로 검토할 수는 있겠으나, 현행 국내 안전규제부터 원전설계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는 측면에서 전력수급계획으로 채택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내용이었다.
❏ 경직성 등 원전의 기술적 단점이 공유되지 않은 채 진행된 부실한 여론조사
안타깝게도 당일 참석한 나머지 패널들이나 청중들은 이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심각성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원자력계 패널들이 원론적인 원전 필요성만 반복 주장하며 고루하고 부실한 토론회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부는 토론회 이후 총 3천 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통해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결정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벌써부터 이미 신규원전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늘 신규원전 건설 찬성여론이 다수라는 여론조사결과를 배포했다.
정치권에게는 이해당사자간 갈등조정이 중요한 덕목이기에 여론수렴과 이를 참고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는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복잡한 전력망 운영에서 원전 경직성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논란의 여지없이 규명하고 선명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에 여론조사를 통해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기후부의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토론회는 현재까지 유튜브상 조회수가 불과 3천5백명으로 국민대다수는 이 토론회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토론회와 여론조사간 아무런 연관성을 갖지도 못한다.
이 밖에도 시민사회에서는 원전의 안전문제, 핵폐기물, 주민수용성도 제대로 토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역시 타당한 문제제기이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부가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정작 다뤘어야 할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원전의 경직성 문제가 무엇인지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전환포럼은 국제 비교를 통해 원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원전이 안고 있는 경직성은 정치권이 상식적으로 판단한 에너지안보와 전혀 다른 역설적 문제를 안고 있고, 특히 국내 고립전력계통에서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대형 원전의 부담과 대책 국내외 비교
-프랑스의 대형원전 불시정지 대비 준비체계
유럽에서는 같은 송전선을 공유하는 대형원전 2기 3,000MW(1,500MW x 2기)의 동시 불시정지를 전력망의 최대전원손실(largest infeed loss) 상정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대륙에서 이런 대형 발전기는 시보원전 1,2호기 등 주로 프랑스에 집중해 있다. 이러한 규모의 불시정지는 전력망의 수요-공급 균형을 순간적으로 붕괴시키고 최악의 경우 정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예비전력을 준비해야 한다.
프랑스 전력시장규제기관 CRE에 따르면, 이러한 상정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프랑스는 지난 2017년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주변 5개국과 협정을 통해 1차예비력(15~30초 이내 균형회복 자원) 공동준비체계를 구축했다. 프랑스는 이러한 유럽대륙의 국가간 송전연계 및 분담체계 덕분에 540MW만 1차 예비력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큰 부담 없이 원전을 운영할 수 있다.
-주변국과 송전연계된 프랑스조차 2035년 원전 출력감발 30% 전망
프랑스는 주변국들과 송전연계의 혜택 외에도 지난 1970년대부터 미국으로부터 독자적인 출력감발 기술을 발전시켜 전력망 상황에 따라 30분내 출력의 80%를 감축시키는 기술도 가능하다. 원전의 유연한 운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조차도 지난 2024년 태양광 설비 24GW, 풍력 24.4GW를 넘어섰고, 컨설팅기관 Montel Analytics의 집계기준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지난해 기준 49%(태양광, 풍력 합계 29.4%)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원전을 경제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발표된 프랑스 전력거래소 RTE-France의 <10년단위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프랑스 원전은 유럽과 프랑스의 재생에너지 성장으로 인해 전력수요처가 부족해져 2035년 최대 102테라와트아워(TWh)의 발전량을 감축시켜야 한다. 여기에 지난 2024년 프랑스의 원전출력감발 실적 30TWh중 전력계통 운영상의 이유로 감발한 18TWh를 추가하면 120TWh가 된다. 즉 2035년이 되면 프랑스 원전 57기(63GW)의 발전량은 2024년 실적 361.7TWh 대비 74%수준인 270TWh로 크게 감축되며, 잠재발전량의 30%를 낭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RTE-France는 태양광과 풍력도 원전과의 충돌과 공급과잉으로 총 25TWh를 출력제어로 낭비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RTE-France는 높은 원전비중과 재생에너지 급성장 추세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를 전기차 보급량을 현재 2백만대에서 2030년까지 8백만대로 늘리는 등 경제 전부문에서 급진적인 전기화를 추진해 신규수요를 창출하면 이러한 낭비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안이며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림 1 프랑스 원전의 출력감발량 전망

참고: 프랑스 전력계통운영기관 RTE-France, [10년단위 전력수급전망(2026-2035)]
-핀란드의 대형원전 불시정지 대비 준비체계
유럽대륙과 분리된 노르드풀 전력망(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핀란드는 지난 2023년 준공된 올킬루토 3호기로 인해 별도의 최대전원손실 대비체계를 구축했다. 핀란드는 그동안 900MW 이하 중소형 원전 4기를 운영 중이었으나, 1,600MW 대형원전을 도입하면서 별도대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최근 육상풍력만 10GW(10,000MW)에 도달한 핀란드에서는 그만큼 작고 유연한 발전기가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대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전력망 안정을 위해 별도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핀란드는 노르드풀 4개국간 분담체계를 통해 올킬루토 원전이 불시정지하더라도 즉시 스웨덴과 연계된 송전선으로부터 1,200MW의 예비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핀란드 전력거래소 핀그리드(Fingrid)는 나머지 400MW에 대해 원전사업자 TVO에게 올킬루토 3호기 불시정지 대비 전용 300MW 배터리(ESS)의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노르드풀 공동 1차예비력 가운데 핀란드의 몫인 100MW를 별도 예비력으로 운영 중이다. 불시정지 후 15분 뒤부터는 핀란드 내의 2차 예비력으로 이를 대체하게 된다.
표 1 유럽과 국내 전력망의 최대전원손실 상정사고 규모 및 대책 비교
분 | 최대전원 기준발전기 | 상정사고 대비 대처체계 |
유럽대륙(3,000MW) | 1,500MW x 2기 (프랑스 시보원전 1&2 등) |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6개국분담(프랑스는 540MW분담) |
노르드풀(1,450MW) | 오스카르샴 3호(O3) 원전 (스웨덴) | 4개국간 교류송전선으로 실시간 분담(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
- 핀란드(1,600MW) | 올킬루토 3호(OL3) 원전 (O3대비 150MW↑, 스웨덴과 송전제약으로 추가대처) | -0.2초~15분: 스웨덴 송전선 1,200MW + 전용ESS 300MW + 별도예비력 100MW -15분이후: 핀란드측 2차예비력 투입 |
한국 (3,000MW) | 1,500MW x 2기 (새울원전 1 & 2호 등) | 대부분 가스발전 운전예비력으로 대처, 태양광증가시 가스발전감소로 원전출력감발 |
출처: 핀란드 전력계통운영기관 Fingrid, 유럽전력계통 운영기관협회(ENTSO-e), 프랑스 전력시장 규제위원회(CRE)
❏ 대부분 가스발전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원전용 예비력과 문제
주변국들과 송전연계가 되어있는 프랑스, 핀란드 사례와 달리 고립전력계통이면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국내에서 원전의 경직성 문제는 훨씬 큰 부담을 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태양광발전 보급량이 31GW까지 성장하고 가스발전의 가동량이 줄어들며 원전 불시정지 대비 필요한 예비력이 부족해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국내 전력망의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 전력시장은 경제급전(merit order dispatch) 원칙을 통해 변동비(연료비)가 저렴한 발전기부터 순서대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운영한다.
때문에 연료비가 없는 태양광, 풍력이 증가하게 되면 연료비가 가장 비싼 가스발전소는 전력망에서 줄어들게 되고, 원전 불시정지 대비 예비력도 줄어들게 된다. 프랑스, 핀란드처럼 주변국과 송전연계가 없는 국내에서 취하는 현재의 조치는 가스발전이 줄어든 상태에서 대형원전 2기가 불시정지 하더라도 안전하게 전력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원전의 출력을 약 20%를 줄여서 가동하는 출력감발 운전이다.
특히 지난해 한수원은 원전 출력감발 횟수가 전년도 7회 대비 15회까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100GW 보급목표에 따라 향후 국내 전력망에서 가스발전의 가동규모와 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와 발전 감축량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부적인 전력망 안정대책이 시급한 이 시점에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워지는 원전을 추가 건설해 막대한 공공예산의 낭비와 좌초자산화를 초래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간 이해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무책임한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볼 때 프랑스는 대형원전 불시정지에 대비해 주변 5개국과의 송전연계와 독자적인 원전 유연운전으로, 핀란드는 스웨덴과의 송전선연계와 원전 전용 ESS로 예비력을 확보하는 등 지금까지 해외 원전은 주변국과의 광역송전연계를 통해 탈없이 운영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급성장으로 인해 10년후 원전의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립 전력망에서 원전을 운영하고 미국에 종속된 원전설계로 인해 필요한 예비력 대부분을 가스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즉 원전을 지속하는 이상 가스발전의 비중을 못 줄인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에너지전환포럼은 부실한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지난 윤석열정부가 수립한 신규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계획을 확정하겠다는 기후부에 다음과 같은 개선을 요구한다.
신규원전 확정에 앞서 다음의 개선이 필요
- -무책임한 여론조사 추가실시 즉시 중단하고, 체계적인 논의를 재개하라
-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원전 경직성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규명하라
- -고립전력계통 조건을 반영한 원전의 좌초자산화 위험 분석을 실시하라
- -미국설계 원전에서 탄력운전으로 인한 심층 안전성 분석을 실시하라
-이상-
공동대표
윤순진·임성진·박진희
성 명 서
"사람 · 환경 · 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신규원전 결정은 백년지대계, 충분한 공론화는 필수
부실한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성급하게 신규 원전 결정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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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1일 (수)
❏ 원전 경직성 문제에 대한 이해도 대책도 없었던 토론회
지난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주최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전원구성)> 제2차토론회는 원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강구해야 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부실하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책 발표와 원자력계 패널들의 ‘탈원전 성토대회’로 끝났다.
발표자로 나선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장은 연구개발을 통해 2027년부터 국내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를 현재 연간 20회(18개월간 27회)에서 60회(18개월간 100회)로 늘리고 출력감축률을 현재 20%에서 3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2년 말에서 2036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원전들에 대해 ‘탄력운전’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의 연구개발 계획 발표는 재생에너지가 성장하는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 경직성의 본질적 문제와 국내 원전의 탄력운전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정의하지 못했고, 막연히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발표를 마쳤다. 다만 당장 올해부터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데 내년부터 출력감발을 늘리겠다거나, 2032년부터 1기씩 탄력운전을 적용하겠다는 답변은 실제 미래가 어떻게 되든 올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원전 건설을 확정시키고 보자는 의도가 역력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전력계통 전문가인 홍익대 전영환 교수는 기후부가 재생에너지 100GW를 계획한 마당에 전력망에서 원전이 안전문제로 실시간 출력제어에 필요한 자동제어, 원격제어가 불가능하기에 더 이상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향후 국내 전력망에서 원전의 정상적 가동이 어렵고 원전의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핵규제위원회(US NRC)는 원전의 자동제어, 원격제어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1998년 인증받은 설계(System80+)를 복사해 건설해온 국내 APR1400 원전도 이 규제를 따라야 한다. 지난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도 원전의 “부하추종운전은 애초 설계에 반영돼 있으면 몰라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내원전은) 부하추종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수원의 발표내용은 연구개발 과제로 검토할 수는 있겠으나, 현행 국내 안전규제부터 원전설계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는 측면에서 전력수급계획으로 채택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내용이었다.
❏ 경직성 등 원전의 기술적 단점이 공유되지 않은 채 진행된 부실한 여론조사
안타깝게도 당일 참석한 나머지 패널들이나 청중들은 이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심각성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원자력계 패널들이 원론적인 원전 필요성만 반복 주장하며 고루하고 부실한 토론회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부는 토론회 이후 총 3천 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를 통해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결정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벌써부터 이미 신규원전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늘 신규원전 건설 찬성여론이 다수라는 여론조사결과를 배포했다.
정치권에게는 이해당사자간 갈등조정이 중요한 덕목이기에 여론수렴과 이를 참고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는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복잡한 전력망 운영에서 원전 경직성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논란의 여지없이 규명하고 선명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에 여론조사를 통해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기후부의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토론회는 현재까지 유튜브상 조회수가 불과 3천5백명으로 국민대다수는 이 토론회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토론회와 여론조사간 아무런 연관성을 갖지도 못한다.
이 밖에도 시민사회에서는 원전의 안전문제, 핵폐기물, 주민수용성도 제대로 토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역시 타당한 문제제기이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부가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정작 다뤘어야 할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원전의 경직성 문제가 무엇인지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전환포럼은 국제 비교를 통해 원전의 경직성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원전이 안고 있는 경직성은 정치권이 상식적으로 판단한 에너지안보와 전혀 다른 역설적 문제를 안고 있고, 특히 국내 고립전력계통에서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서 대형 원전의 부담과 대책 국내외 비교
-프랑스의 대형원전 불시정지 대비 준비체계
유럽에서는 같은 송전선을 공유하는 대형원전 2기 3,000MW(1,500MW x 2기)의 동시 불시정지를 전력망의 최대전원손실(largest infeed loss) 상정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대륙에서 이런 대형 발전기는 시보원전 1,2호기 등 주로 프랑스에 집중해 있다. 이러한 규모의 불시정지는 전력망의 수요-공급 균형을 순간적으로 붕괴시키고 최악의 경우 정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예비전력을 준비해야 한다.
프랑스 전력시장규제기관 CRE에 따르면, 이러한 상정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프랑스는 지난 2017년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주변 5개국과 협정을 통해 1차예비력(15~30초 이내 균형회복 자원) 공동준비체계를 구축했다. 프랑스는 이러한 유럽대륙의 국가간 송전연계 및 분담체계 덕분에 540MW만 1차 예비력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큰 부담 없이 원전을 운영할 수 있다.
-주변국과 송전연계된 프랑스조차 2035년 원전 출력감발 30% 전망
프랑스는 주변국들과 송전연계의 혜택 외에도 지난 1970년대부터 미국으로부터 독자적인 출력감발 기술을 발전시켜 전력망 상황에 따라 30분내 출력의 80%를 감축시키는 기술도 가능하다. 원전의 유연한 운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조차도 지난 2024년 태양광 설비 24GW, 풍력 24.4GW를 넘어섰고, 컨설팅기관 Montel Analytics의 집계기준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지난해 기준 49%(태양광, 풍력 합계 29.4%)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원전을 경제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발표된 프랑스 전력거래소 RTE-France의 <10년단위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프랑스 원전은 유럽과 프랑스의 재생에너지 성장으로 인해 전력수요처가 부족해져 2035년 최대 102테라와트아워(TWh)의 발전량을 감축시켜야 한다. 여기에 지난 2024년 프랑스의 원전출력감발 실적 30TWh중 전력계통 운영상의 이유로 감발한 18TWh를 추가하면 120TWh가 된다. 즉 2035년이 되면 프랑스 원전 57기(63GW)의 발전량은 2024년 실적 361.7TWh 대비 74%수준인 270TWh로 크게 감축되며, 잠재발전량의 30%를 낭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RTE-France는 태양광과 풍력도 원전과의 충돌과 공급과잉으로 총 25TWh를 출력제어로 낭비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RTE-France는 높은 원전비중과 재생에너지 급성장 추세에 따른 공급과잉 문제를 전기차 보급량을 현재 2백만대에서 2030년까지 8백만대로 늘리는 등 경제 전부문에서 급진적인 전기화를 추진해 신규수요를 창출하면 이러한 낭비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안이며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림 1 프랑스 원전의 출력감발량 전망
참고: 프랑스 전력계통운영기관 RTE-France, [10년단위 전력수급전망(2026-2035)]
-핀란드의 대형원전 불시정지 대비 준비체계
유럽대륙과 분리된 노르드풀 전력망(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핀란드는 지난 2023년 준공된 올킬루토 3호기로 인해 별도의 최대전원손실 대비체계를 구축했다. 핀란드는 그동안 900MW 이하 중소형 원전 4기를 운영 중이었으나, 1,600MW 대형원전을 도입하면서 별도대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최근 육상풍력만 10GW(10,000MW)에 도달한 핀란드에서는 그만큼 작고 유연한 발전기가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대형 원전을 가동할 경우 전력망 안정을 위해 별도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핀란드는 노르드풀 4개국간 분담체계를 통해 올킬루토 원전이 불시정지하더라도 즉시 스웨덴과 연계된 송전선으로부터 1,200MW의 예비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핀란드 전력거래소 핀그리드(Fingrid)는 나머지 400MW에 대해 원전사업자 TVO에게 올킬루토 3호기 불시정지 대비 전용 300MW 배터리(ESS)의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노르드풀 공동 1차예비력 가운데 핀란드의 몫인 100MW를 별도 예비력으로 운영 중이다. 불시정지 후 15분 뒤부터는 핀란드 내의 2차 예비력으로 이를 대체하게 된다.
표 1 유럽과 국내 전력망의 최대전원손실 상정사고 규모 및 대책 비교
분
최대전원 기준발전기
상정사고 대비 대처체계
유럽대륙(3,000MW)
1,500MW x 2기 (프랑스 시보원전 1&2 등)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6개국분담(프랑스는 540MW분담)
노르드풀(1,450MW)
오스카르샴 3호(O3) 원전 (스웨덴)
4개국간 교류송전선으로 실시간 분담(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 핀란드(1,600MW)
올킬루토 3호(OL3) 원전 (O3대비 150MW↑, 스웨덴과 송전제약으로 추가대처)
-0.2초~15분: 스웨덴 송전선 1,200MW + 전용ESS 300MW + 별도예비력 100MW
-15분이후: 핀란드측 2차예비력 투입
한국
(3,000MW)
1,500MW x 2기
(새울원전 1 & 2호 등)
대부분 가스발전 운전예비력으로 대처,
태양광증가시 가스발전감소로 원전출력감발
출처: 핀란드 전력계통운영기관 Fingrid, 유럽전력계통 운영기관협회(ENTSO-e), 프랑스 전력시장 규제위원회(CRE)
❏ 대부분 가스발전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원전용 예비력과 문제
주변국들과 송전연계가 되어있는 프랑스, 핀란드 사례와 달리 고립전력계통이면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국내에서 원전의 경직성 문제는 훨씬 큰 부담을 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태양광발전 보급량이 31GW까지 성장하고 가스발전의 가동량이 줄어들며 원전 불시정지 대비 필요한 예비력이 부족해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국내 전력망의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 전력시장은 경제급전(merit order dispatch) 원칙을 통해 변동비(연료비)가 저렴한 발전기부터 순서대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운영한다.
때문에 연료비가 없는 태양광, 풍력이 증가하게 되면 연료비가 가장 비싼 가스발전소는 전력망에서 줄어들게 되고, 원전 불시정지 대비 예비력도 줄어들게 된다. 프랑스, 핀란드처럼 주변국과 송전연계가 없는 국내에서 취하는 현재의 조치는 가스발전이 줄어든 상태에서 대형원전 2기가 불시정지 하더라도 안전하게 전력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원전의 출력을 약 20%를 줄여서 가동하는 출력감발 운전이다.
특히 지난해 한수원은 원전 출력감발 횟수가 전년도 7회 대비 15회까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기후부의 재생에너지 100GW 보급목표에 따라 향후 국내 전력망에서 가스발전의 가동규모와 시간은 줄어들게 되고, 원전의 출력감발 횟수와 발전 감축량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부적인 전력망 안정대책이 시급한 이 시점에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워지는 원전을 추가 건설해 막대한 공공예산의 낭비와 좌초자산화를 초래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간 이해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무책임한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볼 때 프랑스는 대형원전 불시정지에 대비해 주변 5개국과의 송전연계와 독자적인 원전 유연운전으로, 핀란드는 스웨덴과의 송전선연계와 원전 전용 ESS로 예비력을 확보하는 등 지금까지 해외 원전은 주변국과의 광역송전연계를 통해 탈없이 운영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급성장으로 인해 10년후 원전의 좌초자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립 전력망에서 원전을 운영하고 미국에 종속된 원전설계로 인해 필요한 예비력 대부분을 가스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즉 원전을 지속하는 이상 가스발전의 비중을 못 줄인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에너지전환포럼은 부실한 토론회와 여론조사로 지난 윤석열정부가 수립한 신규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계획을 확정하겠다는 기후부에 다음과 같은 개선을 요구한다.
신규원전 확정에 앞서 다음의 개선이 필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