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신: (사)에너지전환포럼
배포일시: 2026. 7. 16. (목)
시대착오적인 반도체용 원전 건설 주장과
해외 기업용 데이터센터 유치하는 근시안적 계획, 전면 재고해야
고용효과 없이 막대한 전력소비로 환경·보건 피해와 국부 유출 우려
<요약>
에너지전환포럼은 삼성전자의 신규 원전·가스발전 건설 요구와 이에 대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즉흥적인 수용 태도, 그리고 국내 전력수급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센터 18.4GW'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전면 재고를 촉구한다.
용인에는 침묵, 전력이 남는 호남에는 원전 요구 우선 전력 수급의 관점에서 이번 원전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도권은 국내 전력수요의 43%를 소비하면서 자급률은 66%에 불과하고, 전압안정도 제약으로 수도권 융통 송전선은 설비용량 45.9GW 중 12.9GW(약 25%)만 활용할 수 있어, 용인 반도체산단의 15GW를 충당하려면 송전선을 필요량의 4배로 건설해야 한다. 반면 광주·전남은 전력자급률 170%로 잉여전력을 수도권에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최악의 전력 입지인 용인 결정에는 침묵하다가, 전력이 남는 호남에서 원전을 요구했다.
기존 원전마저 위협하는 계통 한계, 원전 감축은 세계적 현실 원전 추가 건설의 실현 가능성도 낮다. 후보지인 영광과 울주 일대는 이미 과도안정도 제약이 한계에 이르러, 새울 3·4호기가 가동되면 기존 원전의 정상 가동조차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4기를 더하면 주변 지역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은 물론 원전 자체의 가동도 제약받을 수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확대로 국내에서는 봄철마다 원전 출력감축이 늘고 있으며, 원전 강국 프랑스조차 원전 발전량의 약 9%를 시장가격에 따라 감축하는 것이 세계적 현실이다.
국산 AI 없는 데이터센터 18.4GW, 국부유출 우려 데이터센터 계획 역시 정부가 표방해온 '소버린 AI'와 무관한 하드웨어 물량 위주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딥시크와 구글의 사례처럼 소프트웨어 효율 혁신이 1년 미만 주기로 이어지는데, 국내 계획은 미국식 물량 확장만 따르고 있다. SKT의 1단계 5GW 구축에만 GPU 300만 장과 약 350조 원이 투입되고 2~3년마다 재투자가 필요한데, 입주기업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국가 전력 23%를 데이터센터에 내준 아일랜드의 경고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그 수요는 결국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전력과 수자원 부담만 떠안는 국부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의 23%를 소비하며 미국 빅테크의 전력기지가 된 아일랜드가 그 반면교사이며, 미국에서는 이미 300곳 넘는 지자체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경쟁력 강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낡은 원전 논쟁이나 해외기업용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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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논쟁으로 가려진 역사적 국토균형발전의 기회
에너지전환포럼은 삼성전자의 신규 원전 및 가스발전소 건설 요구와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즉흥적인 수용 태도가 불러온 파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국내 전력 수급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데이터센터 18.4GW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질 때까지 전면 재고를 촉구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후 최근 2주간 관련 언론 보도는 원전과 가스 직접전력구매계약(PPA) 논쟁에 집중됐다. 서남권 반도체 4개 팹(6.3GW) 발표 직후 삼성전자가 원전과 가스발전 추진을 정부에 요청하자, 정부는 지역 수용성을 전제로 내세우면서도 영광과 울주에 각각 원전 2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고 밝혔고, 사실상 '지을 수 있는 만큼 짓겠다'는 기조로 추가 건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에 따른 공급 불안정을 지적하며 신규 산업 수요를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할 것을 요구해왔고, 이번 서남권 반도체 정책을 지지함을 밝힌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원전·가스발전 요청과 정부 당국자들의 타당성 검토 없는 즉흥적 답변, 그리고 국내 전력수급 현실과 맞지 않는 '데이터센터 18.4GW'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를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 전력 부족한 용인에서는 침묵, 전력 과잉인 호남에서 원전 요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5GW 규모(국가산단 9GW, 일반산단 6GW)의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추진 중인 수도권은 국내 전력수요의 43%를 소비하면서도 전력자급률은 66%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도권은 부족분 87TWh(원전 9기 발전량 상당)를 동·서 해안에서 장거리 송전으로 충당했다. 용인 부지야말로 전력 부족 지역이다.
특히 수도권은 과도한 장거리 송전 의존으로 인한 광역 정전 위험 때문에 '전압안정도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2022년 전력계통 운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7개 초고압 융통 송전선의 설비용량은 45.9GW이지만, 전압안정도 제약 때문에 실제 융통 가능한 용량은 12.9GW(설비용량의 약 25%)에 그친다. 이는 필요한 송전 용량을 확보하려면 신규 송전선을 필요량의 약 4배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용인산단에 계획된 15GW를 충당하려면 4GW급 345kV 송전선 15개가 추가로 필요하다.
반면 광주·전남은 지난해 발전량 73.8TWh, 소비량 42.7TWh로 전력자급률 170%를 기록했고, 잉여전력 31.1TWh 대부분을 수도권으로 보냈다. 그러나 수도권의 전압안정도 제약 때문에 전남 태양광 사업자 다수가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1년 넘게 계통접속을 거부당해왔다. 반도체공장 유치는 이 지역의 여유전력 활용, 억제된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 송전선로 및 송전선 길이 감축 모두를 동시에 이행할 기회다.
용인반도체 산단 입지 결정 당시 정부와 한전의 결정에 침묵했던 삼성전자는, 국내 전력자급률 2위이자 RE100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량 1위인 광주·전남에서는 오히려 원전과 가스발전 추진을 정부에 요구했다.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국내 주요 원전 건설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요구가 전력 공급 검토를 넘어 계열사의 사업 이해와 맞닿아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그림> 국내 지역별 전력여유분과 수도권 전압안정도 제약 현황

참고: 한국전력통계(2026), <한국전력거래소> [2023년 전력계통 운영실적]/홍익대 전영환교수 연구실
주: 전력여유분 = 지역발전량 - 지역 전력소비량
❏ 영광·울주 원전, 이미 한계에 다다른 계통안정도
정부 당국자들이 검토를 약속한 전남 영광 한빛단지(현재 6기 가동)와 부산 기장·울산 울주의 고리·새울단지(현재 7기 가동)는 이미 '과도안정도 제약'을 안고 있다. 과도안정도란 송전선 고장 시 원전과 전력망 간 기계적, 전기적 평형이 무너진 뒤 수 초의 과도기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능력을 뜻하며, 한 부지에 발전소가 지역 송전용량 대비 과도하게 밀집하면 여러 호기가 동시에 불시정지해 광역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두 단지 모두 송전허용량을 제약해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 보강작업으로 일부 개선됐지만 이미 한계 수준이다. 전영환 교수를 포함한 전력시스템 전문가들은 울주에서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가 순차 가동에 들어가면 기존 7기를 포함한 9기 전체의 정상 가동조차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이번에 새로 검토를 밝힌 영광·울주 각 2기 추가 건설과는 별개로, 기존 계획만으로도 이미 계통안정도가 임계 수준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신규 2기씩을 더한다면 주변 지역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은 물론 원전 자체의 정상 가동도 제약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한빛 원전단지는 조수간만이 큰 서해안 저수심 지역에 위치해 온배수 배출로 인한 해양생태계와 어업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곳에 원전 2기가 추가 건설된다면 그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냉각수 설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동이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4기 추가를 즉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실행에 옮기는 이번 결정을 낡은 원전 논쟁 속으로 던져 넣을 위험이 있다.
❏ 국산AI 빠진 데이터센터 18.4GW, 누구를 위한 계획인가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데이터센터 계획은 SKT(15GW), GS(2.4GW), 네이버(1GW) 등 국내 기업의 2035년까지 계획을 합산한 것이나, 정부의 '소버린 AI' 소프트웨어 전략과 연계되지 않은 하드웨어 물량 위주라는 문제가 있다. 중국 딥시크 등은 MoE 같은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훨씬 적은 연산과 전력으로 미국 대형언어모델(LLM)에 필적하는 성능을 구현했고, 구글의 '터보퀀트'는 추론용 메모리를 6분의 1 로 압축해 전력과 하드웨어 부담을 크게 낮췄다. 이런 효율 혁신은 중국에 한정된 현상도 아니고 1년 미만 주기로 계속되는 추세인데, 국내 계획은 미국식 하드웨어 확장 논리만 따르고 있다.
SKT가 1단계(2029년)까지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는 GPU는 300만 장에 이르며, 세대당 2년, 총소유비용(TCO) 기준 2~3년마다 교체가 필요하다. 부지 약 75만 평, HBM 2,400만 장과 함께 약 350조 원이 드는 이 1단계 이후에도 2~3년마다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며, 그만큼의 단기 수익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데이터센터의 실질 수요는 결국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SKT는 입주기업(앵커 테넌트)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후발주자의 핵심적인 장점은 선발주자들의 시행착오를 건너뛰고, 선발주자들이 막대한 매몰비용에 발이 묶인 사이 더 가볍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딥시크는 최상위 GPU 없이도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미국 LLM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으로 ‘AI 주권’을 확보하고 싶다면, 막대한 매몰비용만 남기는 대규모 임대용 데이터센터 구축이 아니라, 소규모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그 생태계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 미국 빅테크들의 전력소비 기지로 전락한 아일랜드의 교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지자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신규 데이터센터 임시·영구 금지 조례를 통과시킨 지자체가 275개 늘어 누적 약 300곳을 넘어섰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해도 고용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막대한 송변전·발전 시설 부담과 전기요금 급등, 수자원 고갈, 대기오염, 소음 부담만 키운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최근 미국 빅테크는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해왔고, 중동, 동남아시아, 아일랜드가 그 표적이 됐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의 데이터센터를 대거 유치해왔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에 따르면 약 90개의 데이터센터가 2025년 국가 전력 수요의 23%를 소비했다. 아일랜드 전력망 운영기관 에어그리드(EirGrid)에 따르면 90여 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25년 국가 전력수요의 23%에 달했고 2030년 3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규제당국(CRU)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전력의 80% 이상을 신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자체 발전, 저장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문제는 이행에 가동시점으로부터 6년의 유예 기간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유예 기간 동안 데이터센터용 가스발전이 늘어날 경우 데이터센터 유치가 오히려 아일랜드의 탄소중립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인 아일랜드와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10%에 불과해 RE100 이행 자체가 어려운 한국이 아일랜드와 같은 경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AI 주권'은 해외기업 임대용 데이터센터 확충이 아니라 고유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서 나온다.
❏ 원전 4기·데이터센터 18.4GW 계획 재검토 필요
졸속으로 추진되는 원전 4기 추가안과 국산 소프트웨어 기반이 없는 임대형 데이터센터 확장안은 모두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내외 원전들은 재생에너지 혁명으로 더 이상 전력망에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고립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연료비가 비싼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면서 운전예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봄철마다 다수기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가스발전소들이 대형원전의 불시정지로 인한 정전위험을 방지하는 운전예비력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 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GW를 계획한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흡수할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 유연성 전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고립 전력망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국과 전력망이 촘촘히 연계되어 있고, 대표적 원전국가인 프랑스조차 태양광과 풍력의 급성장으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원전의 출력감축과 가동중단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계통 운영기관 RTE에 따르면 프랑스도 지난해 원전 발전실적 372TWh 대비 9%에 해당하는 33TWh를 출력감발(출력감축운전)로 낭비했고, 2035년에는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원전의 출력감발과 정지는 대륙 전력망과 고립 전력망, 기술적 원인과 경제적 원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세계적 재생에너지 혁명의 필연적인 결과다.
정부가 밝혀온 ‘소버린 AI’는 온데간데없고, 아일랜드식 해외기업 임대용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구축하겠다는 일부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계획은 해외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익만 보장한 채 전력과 수자원의 부담만 떠안는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정부는 제약된 국내 전력수급 여건에서 이 같은 무분별한 국부유출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국산 AI 개발에 집중하는 데이터센터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이행,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경쟁력 강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낡은 원전 논쟁이나 해외기업용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
[문의]
에너지전환포럼 | info@energytransitionkorea.org
발 신: (사)에너지전환포럼
배포일시: 2026. 7. 16. (목)
시대착오적인 반도체용 원전 건설 주장과
해외 기업용 데이터센터 유치하는 근시안적 계획, 전면 재고해야
고용효과 없이 막대한 전력소비로 환경·보건 피해와 국부 유출 우려
에너지전환포럼은 삼성전자의 신규 원전·가스발전 건설 요구와 이에 대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즉흥적인 수용 태도, 그리고 국내 전력수급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센터 18.4GW'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전면 재고를 촉구한다.
용인에는 침묵, 전력이 남는 호남에는 원전 요구
우선 전력 수급의 관점에서 이번 원전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도권은 국내 전력수요의 43%를 소비하면서 자급률은 66%에 불과하고, 전압안정도 제약으로 수도권 융통 송전선은 설비용량 45.9GW 중 12.9GW(약 25%)만 활용할 수 있어, 용인 반도체산단의 15GW를 충당하려면 송전선을 필요량의 4배로 건설해야 한다. 반면 광주·전남은 전력자급률 170%로 잉여전력을 수도권에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최악의 전력 입지인 용인 결정에는 침묵하다가, 전력이 남는 호남에서 원전을 요구했다.
기존 원전마저 위협하는 계통 한계, 원전 감축은 세계적 현실
원전 추가 건설의 실현 가능성도 낮다. 후보지인 영광과 울주 일대는 이미 과도안정도 제약이 한계에 이르러, 새울 3·4호기가 가동되면 기존 원전의 정상 가동조차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4기를 더하면 주변 지역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은 물론 원전 자체의 가동도 제약받을 수 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확대로 국내에서는 봄철마다 원전 출력감축이 늘고 있으며, 원전 강국 프랑스조차 원전 발전량의 약 9%를 시장가격에 따라 감축하는 것이 세계적 현실이다.
국산 AI 없는 데이터센터 18.4GW, 국부유출 우려
데이터센터 계획 역시 정부가 표방해온 '소버린 AI'와 무관한 하드웨어 물량 위주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딥시크와 구글의 사례처럼 소프트웨어 효율 혁신이 1년 미만 주기로 이어지는데, 국내 계획은 미국식 물량 확장만 따르고 있다. SKT의 1단계 5GW 구축에만 GPU 300만 장과 약 350조 원이 투입되고 2~3년마다 재투자가 필요한데, 입주기업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국가 전력 23%를 데이터센터에 내준 아일랜드의 경고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그 수요는 결국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전력과 수자원 부담만 떠안는 국부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력의 23%를 소비하며 미국 빅테크의 전력기지가 된 아일랜드가 그 반면교사이며, 미국에서는 이미 300곳 넘는 지자체가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경쟁력 강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낡은 원전 논쟁이나 해외기업용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
❏ 원전 논쟁으로 가려진 역사적 국토균형발전의 기회
에너지전환포럼은 삼성전자의 신규 원전 및 가스발전소 건설 요구와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즉흥적인 수용 태도가 불러온 파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국내 전력 수급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데이터센터 18.4GW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질 때까지 전면 재고를 촉구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후 최근 2주간 관련 언론 보도는 원전과 가스 직접전력구매계약(PPA) 논쟁에 집중됐다. 서남권 반도체 4개 팹(6.3GW) 발표 직후 삼성전자가 원전과 가스발전 추진을 정부에 요청하자, 정부는 지역 수용성을 전제로 내세우면서도 영광과 울주에 각각 원전 2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고 밝혔고, 사실상 '지을 수 있는 만큼 짓겠다'는 기조로 추가 건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에 따른 공급 불안정을 지적하며 신규 산업 수요를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할 것을 요구해왔고, 이번 서남권 반도체 정책을 지지함을 밝힌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원전·가스발전 요청과 정부 당국자들의 타당성 검토 없는 즉흥적 답변, 그리고 국내 전력수급 현실과 맞지 않는 '데이터센터 18.4GW'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며,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를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 전력 부족한 용인에서는 침묵, 전력 과잉인 호남에서 원전 요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5GW 규모(국가산단 9GW, 일반산단 6GW)의 용인 반도체 산단을 추진 중인 수도권은 국내 전력수요의 43%를 소비하면서도 전력자급률은 66%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도권은 부족분 87TWh(원전 9기 발전량 상당)를 동·서 해안에서 장거리 송전으로 충당했다. 용인 부지야말로 전력 부족 지역이다.
특히 수도권은 과도한 장거리 송전 의존으로 인한 광역 정전 위험 때문에 '전압안정도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2022년 전력계통 운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는 7개 초고압 융통 송전선의 설비용량은 45.9GW이지만, 전압안정도 제약 때문에 실제 융통 가능한 용량은 12.9GW(설비용량의 약 25%)에 그친다. 이는 필요한 송전 용량을 확보하려면 신규 송전선을 필요량의 약 4배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용인산단에 계획된 15GW를 충당하려면 4GW급 345kV 송전선 15개가 추가로 필요하다.
반면 광주·전남은 지난해 발전량 73.8TWh, 소비량 42.7TWh로 전력자급률 170%를 기록했고, 잉여전력 31.1TWh 대부분을 수도권으로 보냈다. 그러나 수도권의 전압안정도 제약 때문에 전남 태양광 사업자 다수가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1년 넘게 계통접속을 거부당해왔다. 반도체공장 유치는 이 지역의 여유전력 활용, 억제된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 송전선로 및 송전선 길이 감축 모두를 동시에 이행할 기회다.
용인반도체 산단 입지 결정 당시 정부와 한전의 결정에 침묵했던 삼성전자는, 국내 전력자급률 2위이자 RE100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량 1위인 광주·전남에서는 오히려 원전과 가스발전 추진을 정부에 요구했다.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국내 주요 원전 건설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이러한 요구가 전력 공급 검토를 넘어 계열사의 사업 이해와 맞닿아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그림> 국내 지역별 전력여유분과 수도권 전압안정도 제약 현황
참고: 한국전력통계(2026), <한국전력거래소> [2023년 전력계통 운영실적]/홍익대 전영환교수 연구실
주: 전력여유분 = 지역발전량 - 지역 전력소비량
❏ 영광·울주 원전, 이미 한계에 다다른 계통안정도
정부 당국자들이 검토를 약속한 전남 영광 한빛단지(현재 6기 가동)와 부산 기장·울산 울주의 고리·새울단지(현재 7기 가동)는 이미 '과도안정도 제약'을 안고 있다. 과도안정도란 송전선 고장 시 원전과 전력망 간 기계적, 전기적 평형이 무너진 뒤 수 초의 과도기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능력을 뜻하며, 한 부지에 발전소가 지역 송전용량 대비 과도하게 밀집하면 여러 호기가 동시에 불시정지해 광역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는 두 단지 모두 송전허용량을 제약해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 보강작업으로 일부 개선됐지만 이미 한계 수준이다. 전영환 교수를 포함한 전력시스템 전문가들은 울주에서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가 순차 가동에 들어가면 기존 7기를 포함한 9기 전체의 정상 가동조차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이번에 새로 검토를 밝힌 영광·울주 각 2기 추가 건설과는 별개로, 기존 계획만으로도 이미 계통안정도가 임계 수준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신규 2기씩을 더한다면 주변 지역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은 물론 원전 자체의 정상 가동도 제약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한빛 원전단지는 조수간만이 큰 서해안 저수심 지역에 위치해 온배수 배출로 인한 해양생태계와 어업 피해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이곳에 원전 2기가 추가 건설된다면 그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냉각수 설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동이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4기 추가를 즉흥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실행에 옮기는 이번 결정을 낡은 원전 논쟁 속으로 던져 넣을 위험이 있다.
❏ 국산AI 빠진 데이터센터 18.4GW, 누구를 위한 계획인가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데이터센터 계획은 SKT(15GW), GS(2.4GW), 네이버(1GW) 등 국내 기업의 2035년까지 계획을 합산한 것이나, 정부의 '소버린 AI' 소프트웨어 전략과 연계되지 않은 하드웨어 물량 위주라는 문제가 있다. 중국 딥시크 등은 MoE 같은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훨씬 적은 연산과 전력으로 미국 대형언어모델(LLM)에 필적하는 성능을 구현했고, 구글의 '터보퀀트'는 추론용 메모리를 6분의 1 로 압축해 전력과 하드웨어 부담을 크게 낮췄다. 이런 효율 혁신은 중국에 한정된 현상도 아니고 1년 미만 주기로 계속되는 추세인데, 국내 계획은 미국식 하드웨어 확장 논리만 따르고 있다.
SKT가 1단계(2029년)까지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는 GPU는 300만 장에 이르며, 세대당 2년, 총소유비용(TCO) 기준 2~3년마다 교체가 필요하다. 부지 약 75만 평, HBM 2,400만 장과 함께 약 350조 원이 드는 이 1단계 이후에도 2~3년마다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며, 그만큼의 단기 수익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소프트웨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데이터센터의 실질 수요는 결국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SKT는 입주기업(앵커 테넌트)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후발주자의 핵심적인 장점은 선발주자들의 시행착오를 건너뛰고, 선발주자들이 막대한 매몰비용에 발이 묶인 사이 더 가볍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딥시크는 최상위 GPU 없이도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미국 LLM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진정으로 ‘AI 주권’을 확보하고 싶다면, 막대한 매몰비용만 남기는 대규모 임대용 데이터센터 구축이 아니라, 소규모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그 생태계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 미국 빅테크들의 전력소비 기지로 전락한 아일랜드의 교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지자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신규 데이터센터 임시·영구 금지 조례를 통과시킨 지자체가 275개 늘어 누적 약 300곳을 넘어섰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해도 고용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막대한 송변전·발전 시설 부담과 전기요금 급등, 수자원 고갈, 대기오염, 소음 부담만 키운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최근 미국 빅테크는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해왔고, 중동, 동남아시아, 아일랜드가 그 표적이 됐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의 데이터센터를 대거 유치해왔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에 따르면 약 90개의 데이터센터가 2025년 국가 전력 수요의 23%를 소비했다. 아일랜드 전력망 운영기관 에어그리드(EirGrid)에 따르면 90여 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25년 국가 전력수요의 23%에 달했고 2030년 3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규제당국(CRU)은 신규 데이터센터에 전력의 80% 이상을 신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자체 발전, 저장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문제는 이행에 가동시점으로부터 6년의 유예 기간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유예 기간 동안 데이터센터용 가스발전이 늘어날 경우 데이터센터 유치가 오히려 아일랜드의 탄소중립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인 아일랜드와 달리,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10%에 불과해 RE100 이행 자체가 어려운 한국이 아일랜드와 같은 경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 'AI 주권'은 해외기업 임대용 데이터센터 확충이 아니라 고유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서 나온다.
❏ 원전 4기·데이터센터 18.4GW 계획 재검토 필요
졸속으로 추진되는 원전 4기 추가안과 국산 소프트웨어 기반이 없는 임대형 데이터센터 확장안은 모두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내외 원전들은 재생에너지 혁명으로 더 이상 전력망에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고립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연료비가 비싼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면서 운전예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봄철마다 다수기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가스발전소들이 대형원전의 불시정지로 인한 정전위험을 방지하는 운전예비력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 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GW를 계획한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반면, 이를 흡수할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 유연성 전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고립 전력망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국과 전력망이 촘촘히 연계되어 있고, 대표적 원전국가인 프랑스조차 태양광과 풍력의 급성장으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원전의 출력감축과 가동중단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계통 운영기관 RTE에 따르면 프랑스도 지난해 원전 발전실적 372TWh 대비 9%에 해당하는 33TWh를 출력감발(출력감축운전)로 낭비했고, 2035년에는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원전의 출력감발과 정지는 대륙 전력망과 고립 전력망, 기술적 원인과 경제적 원인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세계적 재생에너지 혁명의 필연적인 결과다.
정부가 밝혀온 ‘소버린 AI’는 온데간데없고, 아일랜드식 해외기업 임대용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구축하겠다는 일부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계획은 해외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익만 보장한 채 전력과 수자원의 부담만 떠안는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정부는 제약된 국내 전력수급 여건에서 이 같은 무분별한 국부유출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국산 AI 개발에 집중하는 데이터센터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이행, 재생에너지 전환, 산업경쟁력 강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낡은 원전 논쟁이나 해외기업용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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