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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원전 공론화, 검증 안 된 전력수요를 전제로 시작해선 안 된다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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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신: (사)에너지전환포럼
배포일시: 2026. 9. 23. (수)



원전 공론화, 검증 안 된 전력수요를 전제로 시작해선 안 된다

— 과거 공론화의 교훈과 기후위기의 현실에서, 

에너지전환의 경로를 다시 물어야 한다



요약본


❏ 검증 안 된 전력수요를 원전 확대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전의 역할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전 확대를 논의하기에 앞서 그 근거가 되는 전력수요 전망부터 검증해야 한다. 아직 입지와 투자, 가동 시기와 가동률이 확정되지 않은 AI 데이터센터(AIDC)와 반도체 수요를 장기간 지속될 확정 수요처럼 전제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업별 확정 정도와 가동률, 효율 향상, 수요관리 가능성을 반영한 복수의 수요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각각의 경우에도 신규 원전이 필요한지 검증해야 한다.


❏ 2017년 공론화 결과를 선택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은 건설 재개에 59.5%의 의견을 냈지만, 동시에 장기 원전 정책 방향으로는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의 의견을 냈다. 공론화위원회 역시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건설 재개 권고만 이행하고 장기적인 원전 축소 권고를 외면한 채 다시 원전 확대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


❏ 신규 원전과 SMR 정책도 공론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대형원전 2기와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이번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아직 표준설계인가를 받지 않은 혁신형 SMR 실증로의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신규 원전과 수명연장, SMR처럼 원전 정책의 핵심 사안을 제외한다면 이번 공론화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정부는 공론화의 의제와 권고 범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 기후위기와 무력충돌 위험까지 원전 안전성에 반영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은 건설비나 발전단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폭염과 해수 온도 상승, 가뭄과 홍수, 태풍 등 기후위기가 원전 운영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필요한 추가 안전비용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최근 해외 원전 주변에서 발생한 군사적 충돌 사례를 고려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 테러와 사보타주, 사이버공격 등에 대한 방호와 비상대응 비용, 전력시스템의 회복탄력성도 검증해야 한다.


❏ 원전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전력시스템에서 대규모 원전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송전제약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해야 한다. 원전의 출력조절 가능성과 이용률 변화에 따른 경제성, 신규 송전망과 계통 보강, 예비력과 유연성 자원도 함께 따져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송전망, 저장장치, 수요반응, 출력제어와 안전조치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 공론화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공론화는 원전만 떼어 놓고 찬반이나 확대 규모를 묻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 전력수요와 수요관리,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분산형 전력체계와 송전망, 신규 원전과 SMR의 비용과 위험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시민에게 제공되는 자료와 전문가 발표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의제, 선택지, 권고안의 정책 반영 방식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원전 공론화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실질적인 에너지전환 공론화로 확대해야 한다.


해설본


❏ 검증 안 된 전력수요를 원전 확대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향후 원전의 역할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원전 찬반만 묻는다면 여론조사로 충분하다며, 여러 쟁점을 숙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찬반 조사를 넘어 미래 전력수요와 안전성, 경제성, 사용후핵연료, 전력계통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는 “원전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를 묻기 전에, 원전 확대의 근거로 제시되는 전력수요 전망부터 검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AIDC)와 반도체 팹 증설에 따른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를 원전 확대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해외 하이퍼스케일러 유치를 염두에 둔 대규모 AIDC 수요까지 전력수급계획의 전제로 삼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며 원전이 경제성 높은 전원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입지와 투자, 가동 시기와 가동률이 확정되지 않은 AIDC와 반도체 설비의 수요를 장기간 지속될 확정 수요처럼 놓아서는 안 된다. 해외 하이퍼스케일러의 한국 투자와 전력사용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일지, 이 시설들이 국내 경제와 기술혁신에 어떤 기여를 할지, 막대한 전력과 송전망을 투입할 공적 근거가 충분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소버린 AI를 포함한 국내 AI 생태계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해외 대형 사업자에게 임대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분하지 않은 채 수요를 합산해서는 안 된다. 불확실한 사업계획과 예상 수요를 고정된 수요로 전제하고, 이를 근거로 수십 년간 운영될 원전을 새로 건설하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 결정이다.


수요 전망은 사업의 확정 여부와 투자 시기, 가동률, AI 기술과 반도체 공정의 변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향상, 전력요금과 수요관리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AIDC와 반도체 관련 수요 전망의 산정 근거, 사업별 확정 정도, 가동률과 효율 개선에 관한 가정, 수요가 예상보다 적거나 늦게 나타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서로 다른 수요 시나리오에서도 신규 원전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인지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 없이 원전의 역할을 논의하는 것은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그 근거를 찾는 절차가 될 우려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문제를 단순히 발전설비가 부족한 문제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발전설비는 주로 비수도권에 있고 전력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발전소 입지와 전력소비지의 불일치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새 원전을 짓는다면 이 불일치를 더욱 심화시키고 장거리 송전망 확충과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재생에너지 전력의 부족은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과 산업 경쟁력, 지역의 새로운 산업 기반 형성과 직결된 문제다. 미래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은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원을 더 늘리는 데 한정될 수 없으며, 수요관리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력체계와 계통 유연성 강화의 관점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


❏ 2017년 공론화 결과를 선택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공론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답해야 할 또 하나의 질문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결과를 어떤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이다. 당시 시민참여단 471명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59.5%, 건설 중단에 40.5%의 의견을 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건설 재개를 권고했고, 정부는 그 권고를 수용해 공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같은 시민참여단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정책의 장기 방향으로는 원전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의 의견을 냈다. 공론화위원회도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것을 별도의 정책권고로 제시했다.


특정 원전의 건설 재개 권고는 이행하면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라는 장기 정책 방향은 외면한 채 다시 원전 확대를 논의한다면 이는 공론화 결과의 선택적 수용이다. 이번 공론화는 과거의 결과를 뒤집거나 원전 확대를 정당화하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17년 공론화의 두 정책권고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번 공론화가 그 결과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 신규 원전과 SMR 정책도 공론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더구나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대형원전 2기와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문제는 이번 공론화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한수원은 지난 6월 부산 기장군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로의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아직 표준설계인가도 받지 않은 기술이며, 실증과 상용운전의 경험도 없는 SMR에 대해 입지부터 정한 것이다.


SMR은 ‘소형’이라는 이름과 달리 안전성, 경제성,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관리, 기후위기 위험, 지역 수용성, 전력계통 영향에 관한 검증이 필요한 원자로다. 특히 기장 후보지는 이미 다수의 원전이 밀집한 고리원전 인근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왜 아직 설계인가와 실증이 완료되지 않은 SMR을 전력수급의 대안으로 전제했는지, 기장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수요 전망과 안전성·경제성 분석, 대안 비교를 했는지 모든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가 어떤 의제와 선택지에 관해 무엇을 권고할 수 있는지, 그 권고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신규 대형원전과 기존 원전 수명연장, SMR 실증로 부지 선정처럼 원전 확대의 핵심 결정들을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한 채 원전의 역할을 논의한다면, 이번 공론화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경제성과 안전성도 건설비나 발전단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신규 원전의 경제성은 공사 기간과 지연 가능성, 금융비용, 안전설비, 송전망과 계통 보강,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폐로까지 포함한 전 과정 비용으로 평가해야 한다. 원전이 경제성 높은 전원이라는 주장은 장기간의 건설 기간과 막대한 초기 투자, 대형 발전소와 수요지 사이의 송전망 비용, 사고와 장기 정지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 사용후핵연료와 폐로 비용을 모두 포함한 분석을 거쳐야만 검증될 수 있다.


❏ 기후위기와 무력충돌 위험까지 원전 안전성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논의하면서 기후위기가 원전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주변적인 문제로 다루거나 아예 빠뜨려서는 안 된다. 폭염과 해수 온도 상승은 냉각수 온도를 높여 원전의 출력 감소 또는 운전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뭄은 냉각수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집중호우와 홍수, 태풍과 폭풍해일은 부지 침수와 외부전원 상실, 취수구와 송전설비의 피해를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 산불과 강풍, 염분으로 인한 설비 이상도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협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더 빈번하고 강해지는 복합재난 속에서 원전이 언제, 어느 정도까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지, 추가 안전조치와 설비 보강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사고와 장기 정지가 발생할 때 전력계통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기후위기 적응 비용과 위험은 신규 원전의 경제성 평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평시의 사고와 기후재난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중동의 무력충돌 과정에서는 이란 부셰르 원전 인근에 발사체가 떨어졌고,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단지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는 자포리자 원전이 러시아군의 통제 아래 놓인 채 원전 주변의 군사활동과 외부전원 공급 차질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이 사례들은 가동 중인 원전도 전쟁과 군사적 충돌에 직접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원전 확대가 국가 핵심인프라의 전시 취약성과 방호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대형 원전 확대뿐 아니라 SMR의 분산 배치를 논의할 경우에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 테러와 사보타주, 사이버공격에 대비한 물리적 방호와 대응인력, 비상대응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물론 국가 핵심인프라의 안전성과 전력시스템의 회복탄력성에 미치는 영향까지 원전 확대의 판단 요소에 포함해야 한다.


❏ 원전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미래 전력계통에서 원전이 미칠 영향도 핵심적인 검증 대상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전력시스템에서 대규모 경직성 전원이 높은 이용률로 발전할 경우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송전제약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분석해야 한다. 반대로 원전 출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기술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반복적인 출력조절이 안전성과 설비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용률 하락에 따라 경제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신규 원전에 필요한 송전망과 계통 보강, 대규모 발전기 정지에 대비한 예비력과 유연성 자원의 규모 및 비용도 함께 따져야 한다.


결국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를 각각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전원구성이 실제 전력계통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송전망과 저장장치, 예비력, 수요반응, 출력제어, 기후재난에 대비한 안전조치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도 연간 발전량을 맞추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간대와 계절별 수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태풍 같은 기후위기 상황을 반영하여 실제 계통 운영이 가능한지 검증해야 한다.


❏ 제대로 된 에너지전환 공론화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공론화의 질은 시민참여단 구성과 숙의 기간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시민이 어떤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고 균형 있게 검증되었는지가 핵심이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절차의 설계와 운영을 맡았지만, 위원회 자체에 원전 안전과 전력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위원은 없었다. 절차의 공정성과 시민참여단 구성, 조사와 숙의 방식 등을 검토하는 별도 검증 기구도 운영되었지만,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되는 자료와 전문가 발표의 사실관계, 전제와 추론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충분했는지는 별도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발언이라고 해서 모두 정확하거나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의 경제성, 안전성, 전력수요 전망, 재생에너지의 계통 영향처럼 복잡한 사안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고도 분석의 가정과 범위,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공론화에서는 절차의 공정성뿐 아니라 정보의 정확성과 균형을 보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원전 찬반 양측 또는 이해관계자들이 제시하는 자료와 전문가 발표는 출처와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서로 다른 관점의 전문가들이 상호 검토하고 반박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원전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기후위기 위험, 전력계통, 수요 전망,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경제성, 지역 수용성과 송전망 문제를 포괄하는 독립적인 자료 검증 기구도 두어야 한다. 검증 결과와 이견, 수정 과정 역시 시민참여단과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구성 원칙과 후보 추천 방식, 위원들의 전문 분야와 이해관계, 시민참여단 선정 방식, 전문가와 자료 검증 기구의 구성 및 운영 방식, 공론화 의제와 선택지, 권고안의 정책 반영 방식을 시작하기 전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원전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인사를 배제하되, 원전 안전과 운영, 전력계통,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과 수요관리, 경제성, 갈등관리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서로 다른 관점이 균형 있게 반영된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공론화의 설계와 운영, 시민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검증이 중립성과 전문성, 다양한 관점의 대표성을 함께 갖춘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공론화는 이미 정해진 정책을 정당화하는 형식적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원전만을 떼어 놓고 그 역할을 묻는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에너지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원전의 역할은 미래 전력수요를 어떻게 전망하고 관리할 것인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 분산형 전력체계와 송전망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산업전환과 지역 간 전력 불평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체계에 일부 더하는 일이 아니다. 과도한 수요의 증가를 관리하고, 소비지 가까이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며, 저장장치와 수요반응, 효율 향상으로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 건설, SMR 도입 역시 이러한 전환 경로 속에서 비용과 위험, 기후위기 대응 효과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정부가 과반(53.2%)의 시민이 합의했던 ‘원전 축소’라는 2017년 공론화 권고안을 무시하지 말고 이번 공론화 대상에서 제외한 신규 원전과 수명연장, SMR 실증로 정책부터 즉각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이번 원전 공론화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실질적인 에너지전환 공론화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AIDC와 반도체 수요 전망의 근거와 불확실성, 신규 원전과 SMR의 전 과정 비용과 안전성, 기후위기 위험, 원전 출력조절의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한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송전제약, 계통 보강과 유연성 자원의 필요량, 대안별 전체 시스템 비용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


미래 전력시스템의 방향은 불확실한 수요 전망과 성급한 일정에 맞춰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비용과 위험, 기후위기 대응, 산업 경쟁력, 지역과 세대 간 정의를 책임 있게 비교하고, 충분한 정보와 검증에 기초한 시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회적 선택이다. 


2026년 9월 23일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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