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 명 서 | "사람 · 환경 · 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 |
정부의 무원칙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명과 여당의 무책임한 원전 특별법안 남발에 대한 기후시민사회 공동성명 |
| 즉시 보도 가능합니다. |
| 배포 | 2025년 8월 4일 (월) |
| 문의 | 석광훈 전문위원, info@energytransitionkorea.org |
❏정부의 무원칙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명을 개탄한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원전 건설업체 두산에너빌리티 김정관 사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김정관 장관은 취임 이후 “원전은 에너지 가격 안정, 탄소중립 달성, 글로벌 수출 등 산업 측면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통상교섭을 원전 수출에 유리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한미관세협상 과정에서는 3,500억 달러 투자 항목에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 반도체에 원전을 은근슬쩍 끼워넣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원천기술 소유자인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수출 건마다 1조 원대의 기술 이용료를 지급한다는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합의에 도장을 찍은 마당에 미국 원자력산업에 어떤 투자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약속 이행의 첫 행보가 원전 업계 수장의 산자부 장관 임명인가? 원전 수출 계약조건에 대한 정확한 보고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생략하고 체코 원전 수주의 선봉장 역할을 한 김정관 사장을 장관으로 임명한 사실을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까. 더군다나 김 장관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정부 정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점차 기후에너지부 신설에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모양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검찰 개혁 동의 입장을 약속한 윤 검찰 총장이 그 뒤로 보인 행보가 연상된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이행 약속은 국정 목표에서 사라져 버린 것인가?
원자력계의 집요한 요구에 정부가 자발적으로 항복한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이번 임명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에너지전환 의지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이제라도 임명된 장관에 대한 확실한 관리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에 장애가 되는 원전 확대 계획을 원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막대한 가스발전 예비력이 필요한 원전은 탄소중립 막는 장벽
지난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계와 결탁해 ‘원전은 무탄소 전원’, 원전을 통한 국제 ‘무탄소에너지 연합(CFE)’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주창했다. 그러나 국내 원전은 막대한 가스발전의 가동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원전으로 탄소중립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국내 원전은 최대 100기 안팎의 가스발전기로부터 ‘운전예비력’을 제공받아야 정전위협 없이 안전한 운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국내도 태양광의 증가로 가스발전 가동량이 줄어들며 원전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실제로 한국전력거래소는 올해 상반기에만 다수 원전을 대상으로 무려 25회나 출력감발(출력감축 발전)을 지시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량 증가에 가스발전기 가동량이 줄어들면서 운전예비력도 줄어든 상황에, 연평균 5회나 발생하는 원전의 불시 정지가 광역 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
향후 국내외 전력시장에서 태양광의 지속적 증가와 가스발전의 지속적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난 윤석열 정부가 주창했던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이라는 논리를 계승하고 여권 주요 인사들이 ‘신규원전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어 시민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태양광 확대와 가스발전 감축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신규 원전이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것이고 행정규칙상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원자력계의 ‘원전 알박기’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연 운전이 불가능한 국내 원전 설계와 고립된 전력망 구조에서의 신규 원전 건설은, 태양광과 풍력의 가동 중단은 물론 향후 신규 설비의 전력망 연계 자체를 차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대륙은 국가 간 전력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원전이 불시정지하더라도 이웃 국가들의 가스발전이나 양수발전을 통해 전력 지원을 즉시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고립된 전력망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가스발전감축은 원전의 불시정지를 곧바로 광역정전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런 현실 문제를 외면한 채 ‘동그란 네모’와도 같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기술, 경제, 산업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구호에 불과한 ‘조화로운 성장’ 정책의 폐기와 냉정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이제야 말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소형모듈원전(SMR) 지원법안 남발하는 여당의원들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 지원특별법안 남발도 심각하다. 최근 국정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큰 정책적 파급력을 가진 황정아 의원과 민주당 초선 의원인 허성무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였다.
법안의 필요성 논의에 앞서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증을 받은 국내 SMR인 스마트원전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과학기술부와 공공기관이 당시 금액으로 5천억 원대의 연구개발예산을 투입해 설계한 스마트원전(SMART, 100MW)은 세계 최초로 설계 인증을 받은 SMR이었다. 그런데 정작 2천억 원대의 설계 개발과 설계 인증 예산을 지원한 한국전력은, 설계인증 직후 스마트원전 컨소시엄을 탈퇴했다. 한전과 KDI의 경제성 분석 결과, 발전단가가 무려 800원/kWh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후문까지 돌 정도로, 터무니없는 설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성 문제는 스마트원전이 상대적으로 초기 기술이라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SMR 설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뉴스케일 역시 20MW에서 시작해 77 MW까지 지난 20여년 간 다섯번이나 설계용량 확대를 반복했으나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뉴스케일은 2015년부터 미국 유타주 산간지역에서 SMR 소비자 확보를 꾀했으나 잦은 설계변경과 높은 발전단가에 실망한 예비 참여자들이 사업에서 탈퇴하고 저렴한 태양광 건설로 전환한 바 있다. 그 이후 뉴스케일에 SMR을 발주하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반 세기동안 세계 원전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대형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SMR은 반대로, 안전 관련 비용은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발전량만 상용 원전의 1/10 이하로 줄여 경제성을 가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방사능 유출 사고의 위험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SMR을 어디에 입지시킬 것인가? SMR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은 이런 근본적인 SMR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은 SMR이 에너지전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새 발전 동력 찾아야
그동안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대외 여건 변화와 새로운 국제 표준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적응해온 덕분이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기준으로 채택한 RE100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으며,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역시 이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력시장에서 태양광은 553GW, 풍력은 140GW 신규 설치되는 등 재생에너지가 신규 발전설비의 92.5%를 차지한 반면, 원전은 7GW 준공에 그쳤다. 발전량 비중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15%까지 성장한 반면, 원전은 9%에 머물렀다. 오는 2026년이면 태양광과 풍력이 각각 원전 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세계 시장 변화를 반영하듯,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방위 사정, 금융권 대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태양광과 풍력 설비의 수출 및 해외 공장 매출을 통해 매년 8조 원대의 실적을 기록해왔다.
반면, 원전 시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2기 중 48기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나머지 4기만이 프랑스와 한국이 나눠 건설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뚜렷한 쇠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원전 건설은, 지난 1980년대 세계 원전 시장 붕괴 시기에 파산 직전의 미국 기업으로부터 ‘시스템80’ 원전 설계도와 기술을 헐값에 이전 받으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2000년대에는 미국 기업이 개발했음에도 미국 내에서는 외면 받아 설계 인증 시효가 만료된 ‘시스템80플러스’ 원전 설계를 저렴하게 도입해서 ‘APR1400’ 원전을 국내에 건설 중이다.
쇠퇴기의 원전 시장이 아닌 떠오르는 태양광, 풍력 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와 함께 RE100이라는 세계표준이 들어선 이상 국내기업들이 이에 적응해야할 의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간 산업성장에 기여한 원전이 이제 산업의 측면에서 구산업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전력망 안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국내 원자력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과 결탁해 시험성적서 위조 등 비리로 인한 원전 건설의 지연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돌리면서 가짜뉴스를 양산하여 원전 부흥에 매진해왔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내 원자력계의 부조리에 또다시 굴복하지 말고, 탈선한 에너지전환 열차를 본궤도에 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원전과 SMR의 문제들,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충돌의 문제 등은 그간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에 의해 수 차례 여당 인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의 이번 산자부 장관 임명, 여당 의원들의 SMR 법안 발의 남발, 제11차 전력수급 계획 이행이란 명분을 내세운 신규 원전 건설 계속 추진 등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이에 기후환경 시민사회는 이재명 정부에 다음을 강력히 요구한다.
황정아·허성무 의원은 상용화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좁은 국토 여건상 부지 확보조차 어려운 소형모듈원전(SMR) 지원 특별법안 발의 남발을 중단하라.
제11차 전력수급계획과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 계획을 폐기하라.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확실히 천명하고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 이행하라.
정부는 대선공약대로 에너지를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조속히 출범시켜라
2025년 8월 4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노동자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대전탈핵희망,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아이쿱생협(강남, 강서, 도봉노원디딤돌, 서대문마포은평, 서울, 송파),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원자력안전과 미래,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정의당, 정치하는엄마들,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진보당,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참여연대, 책임과학자연대(준), 천주교남자장상협의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예수회사회사도직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초록을그리다, 초록교육연대, 플랜1.5, 한국YWCA연합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JPIC분과위원회, 한살림연합,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핵없는사회를위한충북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에너지전환"
❏정부의 무원칙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명을 개탄한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원전 건설업체 두산에너빌리티 김정관 사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김정관 장관은 취임 이후 “원전은 에너지 가격 안정, 탄소중립 달성, 글로벌 수출 등 산업 측면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통상교섭을 원전 수출에 유리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한미관세협상 과정에서는 3,500억 달러 투자 항목에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조선, 반도체에 원전을 은근슬쩍 끼워넣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원천기술 소유자인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수출 건마다 1조 원대의 기술 이용료를 지급한다는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합의에 도장을 찍은 마당에 미국 원자력산업에 어떤 투자를 더 추가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약속 이행의 첫 행보가 원전 업계 수장의 산자부 장관 임명인가? 원전 수출 계약조건에 대한 정확한 보고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생략하고 체코 원전 수주의 선봉장 역할을 한 김정관 사장을 장관으로 임명한 사실을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까. 더군다나 김 장관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정부 정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점차 기후에너지부 신설에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여론의 반응을 떠보는 모양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검찰 개혁 동의 입장을 약속한 윤 검찰 총장이 그 뒤로 보인 행보가 연상된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이행 약속은 국정 목표에서 사라져 버린 것인가?
원자력계의 집요한 요구에 정부가 자발적으로 항복한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이번 임명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에너지전환 의지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이제라도 임명된 장관에 대한 확실한 관리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에 장애가 되는 원전 확대 계획을 원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막대한 가스발전 예비력이 필요한 원전은 탄소중립 막는 장벽
지난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계와 결탁해 ‘원전은 무탄소 전원’, 원전을 통한 국제 ‘무탄소에너지 연합(CFE)’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주창했다. 그러나 국내 원전은 막대한 가스발전의 가동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원전으로 탄소중립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국내 원전은 최대 100기 안팎의 가스발전기로부터 ‘운전예비력’을 제공받아야 정전위협 없이 안전한 운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국내도 태양광의 증가로 가스발전 가동량이 줄어들며 원전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실제로 한국전력거래소는 올해 상반기에만 다수 원전을 대상으로 무려 25회나 출력감발(출력감축 발전)을 지시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량 증가에 가스발전기 가동량이 줄어들면서 운전예비력도 줄어든 상황에, 연평균 5회나 발생하는 원전의 불시 정지가 광역 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
향후 국내외 전력시장에서 태양광의 지속적 증가와 가스발전의 지속적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난 윤석열 정부가 주창했던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이라는 논리를 계승하고 여권 주요 인사들이 ‘신규원전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어 시민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태양광 확대와 가스발전 감축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신규 원전이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것이고 행정규칙상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원자력계의 ‘원전 알박기’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연 운전이 불가능한 국내 원전 설계와 고립된 전력망 구조에서의 신규 원전 건설은, 태양광과 풍력의 가동 중단은 물론 향후 신규 설비의 전력망 연계 자체를 차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대륙은 국가 간 전력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원전이 불시정지하더라도 이웃 국가들의 가스발전이나 양수발전을 통해 전력 지원을 즉시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고립된 전력망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가스발전감축은 원전의 불시정지를 곧바로 광역정전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런 현실 문제를 외면한 채 ‘동그란 네모’와도 같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기술, 경제, 산업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구호에 불과한 ‘조화로운 성장’ 정책의 폐기와 냉정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이제야 말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소형모듈원전(SMR) 지원법안 남발하는 여당의원들
검증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 지원특별법안 남발도 심각하다. 최근 국정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큰 정책적 파급력을 가진 황정아 의원과 민주당 초선 의원인 허성무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였다.
법안의 필요성 논의에 앞서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증을 받은 국내 SMR인 스마트원전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과학기술부와 공공기관이 당시 금액으로 5천억 원대의 연구개발예산을 투입해 설계한 스마트원전(SMART, 100MW)은 세계 최초로 설계 인증을 받은 SMR이었다. 그런데 정작 2천억 원대의 설계 개발과 설계 인증 예산을 지원한 한국전력은, 설계인증 직후 스마트원전 컨소시엄을 탈퇴했다. 한전과 KDI의 경제성 분석 결과, 발전단가가 무려 800원/kWh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후문까지 돌 정도로, 터무니없는 설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성 문제는 스마트원전이 상대적으로 초기 기술이라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SMR 설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뉴스케일 역시 20MW에서 시작해 77 MW까지 지난 20여년 간 다섯번이나 설계용량 확대를 반복했으나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 뉴스케일은 2015년부터 미국 유타주 산간지역에서 SMR 소비자 확보를 꾀했으나 잦은 설계변경과 높은 발전단가에 실망한 예비 참여자들이 사업에서 탈퇴하고 저렴한 태양광 건설로 전환한 바 있다. 그 이후 뉴스케일에 SMR을 발주하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반 세기동안 세계 원전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대형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SMR은 반대로, 안전 관련 비용은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발전량만 상용 원전의 1/10 이하로 줄여 경제성을 가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방사능 유출 사고의 위험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SMR을 어디에 입지시킬 것인가? SMR 법안 발의를 한 의원들은 이런 근본적인 SMR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은 SMR이 에너지전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새 발전 동력 찾아야
그동안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대외 여건 변화와 새로운 국제 표준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적응해온 덕분이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기준으로 채택한 RE100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으며,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 역시 이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력시장에서 태양광은 553GW, 풍력은 140GW 신규 설치되는 등 재생에너지가 신규 발전설비의 92.5%를 차지한 반면, 원전은 7GW 준공에 그쳤다. 발전량 비중에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15%까지 성장한 반면, 원전은 9%에 머물렀다. 오는 2026년이면 태양광과 풍력이 각각 원전 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세계 시장 변화를 반영하듯,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방위 사정, 금융권 대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태양광과 풍력 설비의 수출 및 해외 공장 매출을 통해 매년 8조 원대의 실적을 기록해왔다.
반면, 원전 시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2기 중 48기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나머지 4기만이 프랑스와 한국이 나눠 건설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뚜렷한 쇠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원전 건설은, 지난 1980년대 세계 원전 시장 붕괴 시기에 파산 직전의 미국 기업으로부터 ‘시스템80’ 원전 설계도와 기술을 헐값에 이전 받으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2000년대에는 미국 기업이 개발했음에도 미국 내에서는 외면 받아 설계 인증 시효가 만료된 ‘시스템80플러스’ 원전 설계를 저렴하게 도입해서 ‘APR1400’ 원전을 국내에 건설 중이다.
쇠퇴기의 원전 시장이 아닌 떠오르는 태양광, 풍력 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와 함께 RE100이라는 세계표준이 들어선 이상 국내기업들이 이에 적응해야할 의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간 산업성장에 기여한 원전이 이제 산업의 측면에서 구산업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전력망 안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국내 원자력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과 결탁해 시험성적서 위조 등 비리로 인한 원전 건설의 지연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돌리면서 가짜뉴스를 양산하여 원전 부흥에 매진해왔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내 원자력계의 부조리에 또다시 굴복하지 말고, 탈선한 에너지전환 열차를 본궤도에 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원전과 SMR의 문제들, 원전과 재생에너지 간 충돌의 문제 등은 그간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에 의해 수 차례 여당 인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의 이번 산자부 장관 임명, 여당 의원들의 SMR 법안 발의 남발, 제11차 전력수급 계획 이행이란 명분을 내세운 신규 원전 건설 계속 추진 등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이에 기후환경 시민사회는 이재명 정부에 다음을 강력히 요구한다.
황정아·허성무 의원은 상용화 가능성도 불투명하고, 좁은 국토 여건상 부지 확보조차 어려운 소형모듈원전(SMR) 지원 특별법안 발의 남발을 중단하라.
제11차 전력수급계획과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성장’ 계획을 폐기하라.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확실히 천명하고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 이행하라.
정부는 대선공약대로 에너지를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조속히 출범시켜라
2025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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